HBM 다음은 CXL? AI 시대, 메모리 한계를 넘는 차세대 기술의 모든 것 (A to Z)

안녕하세요! 20년 차 직장인이자 경제, 재테크 블로거, '시그널피커(Signal Picker)'입니다. 기술과 경제의 신호를 정확히 포착하여 여러분의 인사이트를 넓혀드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AI 시대, HBM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할 차세대 기술 CXL(Compute Express Link)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HBM과의 차이, CXL 2.0/3.0 기술, 관련주, 그리고 시장 전망까지 총정리했습니다.

서론: "GPU는 충분한데, 왜 서버는 여전히 느릴까?" - 메모리 벽에 부딪힌 AI 시대

최근 몇 년간 기업용 AI 모델을 서버에 구축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흥미로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분명 최고 사양의 GPU를 여러 개 장착해 연산 능력(VRAM)은 충분했는데도, 특정 데이터 처리 구간에서 시스템 전체가 급격히 느려지는 '병목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원인은 뜻밖에도 CPU에 할당된 주 메모리(DRAM)의 용량 한계였습니다. GPU가 아무리 빨리 계산해도, 데이터를 공급하는 통로가 좁고 창고가 작으니 제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오늘날 많은 데이터센터가 마주한 '메모리 벽(Memory Wall)'의 현실입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GPU의 연산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주었지만, 정작 서버 전체의 메모리 용량과 효율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HBM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차세대 기술, CXL(Compute Express Link)이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 CXL(Compute Express Link)이란 무엇인가?

CXL을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서버 내부에 여러 개의 차선을 가진 '데이터 고속도로'를 새로 놓는 것과 같습니다. 기존의 도로(PCIe)를 확장하고 새로운 규칙을 더해, CPU, GPU, 그리고 여러 메모리 장치들이 서로의 자원을 훨씬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개방형 인터커넥트(연결) 기술 표준입니다.


삼성의 CXL 활용

인텔 주도로 시작된 CXL 컨소시엄은 CPU 중심의 기존 데이터 처리 방식을 넘어, 다양한 장치들이 메모리를 함께 사용하는 '이종 컴퓨팅' 시대를 목표로 합니다. 즉, CXL은 단순히 '또 하나의 빠른 메모리'가 아니라, 메모리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빌려주고 나눠 쓸 수 있게 만드는 '메모리 확장 및 공유' 기술의 핵심입니다.

2. HBM vs CXL,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핵심 비교)

많은 분들이 "HBM 다음은 CXL인가?"라고 질문하며 두 기술을 대체 관계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입니다. HBM과 CXL은 각자의 역할과 목적이 뚜렷하며,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여 AI 서버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두 기술의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흐름을 읽는 첫걸음입니다.

HBM은 '수직 적층'이라는 혁신을 통해 GPU 바로 옆에 붙어서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공급하는 '전용 고속도로' 와 같습니다. GPU가 AI 연산을 할 때 필요한 데이터를 지연 없이 빠르게 가져올 수 있도록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길의 폭)을 극한으로 넓힌 기술이죠. 덕분에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HBM은 GPU에 종속되어 있고, 용량을 늘리는 데 물리적, 비용적 한계가 명확합니다.

반면 CXL은 특정 장치에 묶이지 않고 서버 전체의 메모리 자원을 관리하는 '공용 광역 교통망' 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러 CPU와 GPU가 CXL을 통해 거대한 '공용 메모리 풀(Memory Pool)'에 접속하여 필요한 만큼 메모리를 할당받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A 작업에 메모리가 남아돌고 B 작업에 메모리가 부족할 때, 기존에는 속수무책이었지만 CXL 환경에서는 A의 유휴 메모리를 B에게 실시간으로 빌려줄 수 있습니다. 이는 서버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메모리 확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구분HBM (고대역폭 메모리)CXL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핵심 목적속도 (대역폭) 극대화용량 확장 및 공유 (효율성)
주요 역할GPU 등 프로세서에 초고속 데이터 공급CPU, GPU, 가속기 간 메모리 자원 공유 및 확장
비유GPU 전용 초고속 도로서버 전체를 잇는 공용 광역 교통망
연결 방식프로세서에 직접 연결 (종속적)PCIe 인터페이스 기반 연결 (독립적, 확장 용이)
장점매우 높은 대역폭, 낮은 지연 시간유연한 메모리 확장, 자원 효율화(메모리 풀링)
한계제한된 용량, 높은 비용, 확장성 부족HBM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지연 시간
주요 적용AI 가속기, 고성능 그래픽카드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버, AI 추론 서버

결론적으로 HBM이 AI의 '연산 속도'를 책임진다면, CXL은 AI 시대에 폭증하는 데이터를 감당할 '메모리 용량과 효율성' 을 책임지는 기술입니다. 두 기술은 함께 발전하며 미래의 데이터센터를 완성해나갈 것입니다.

3. CXL, 왜 지금 주목받는가? (필요성 및 시장 동향)

CXL이 단순한 기술 컨셉을 넘어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한 데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이 등장하면서 메모리 요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기존 서버 구조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메모리 병목'이 현실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CXL을 '포스트 HBM'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업계 최초로 CXL 1.1 기반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메모리 풀링을 지원하는 CXL 2.0 D램의 양산을 발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여러 CXL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하고, 특히 CXL 기반 메모리를 묶어 연산 기능까지 일부 수행하는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기술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CXL 구조

글로벌 시장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CXL 표준을 주도하는 인텔과 AMD는 자사의 차세대 CPU에서 CXL을 공식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마이크론 역시 CXL 제품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엑시나(XConn) 와 같은 CXL 컨트롤러 전문 팹리스 스타트업의 등장입니다. 이들은 CXL 생태계의 확장에 필수적인 컨트롤러 칩을 공급하며 시장의 성장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Yole Intelligence)는 전 세계 CXL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습니다.

4. CXL의 진화: 1.1, 2.0, 그리고 3.0의 차이

CXL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여러 버전을 거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각 버전의 차이를 이해하면 CXL이 그리는 미래를 더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상위 노출 글들이 깊게 다루지 않는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버전주요 특징핵심 기능비고
CXL 1.1메모리 확장 (Memory Expansion)CPU가 CXL 메모리 장치를 자신의 주 메모리처럼 사용. 1:1 연결.초기 버전. 단순히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데 초점.
CXL 2.0메모리 풀링 (Memory Pooling)여러 장치가 하나의 메모리 풀에 접속해 자원을 나눠 씀. 스위치 도입.본격적인 효율화의 시작. 유휴 메모리 감소, TCO 절감. 
CXL 3.0패브릭 및 메모리 공유 (Fabric & Sharing)P2P 통신, 다계층 스위칭 지원. 메모리를 여러 호스트가 동시에 '공유' 가능.CXL의 최종 진화 형태. 진정한 의미의 '조립형 서버' 구현. 

초기 버전인 CXL 1.1은 CPU가 CXL 메모리를 자신의 전용 DRAM처럼 인식해 용량을 늘리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CXL 2.0부터는 '스위치' 개념이 도입되면서 혁신이 시작됩니다. 여러 서버 노드가 스위치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CXL 메모리 풀에 연결되고, 필요한 만큼 자원을 동적으로 할당받는 '메모리 풀링' 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총소유비용(TCO)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신 표준인 CXL 3.0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장치 간 직접 통신(P2P)과 메모리를 여러 호스트가 동시에 접근해 '공유'하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CPU, GPU, 메모리를 자유롭게 조합해 맞춤형 서버를 구성하는 '메모리 디스아그리게이션(Disaggregation)' 시대를 여는 기술로, CXL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5. 실제 도입 시 고려사항: 현실적인 장벽과 해결 과제

이처럼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CXL이 대중화되기까지는 몇 가지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기술의 장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신뢰(Trustworthiness)를 얻기 어렵습니다.

  • 초기 도입 비용 및 호환성: CXL을 지원하는 CPU, 메인보드, 스위치, 그리고 CXL 메모리 모듈 자체는 기존 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기존 서버 인프라와의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성숙도: 하드웨어가 준비되더라도 운영체제(OS)나 가상화 솔루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등이 CXL의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해야만 그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이 생태계가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 보안 이슈: 여러 서버가 메모리를 공유하게 되면, 데이터 접근 권한 관리나 격리 등 새로운 차원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CXL 컨소시엄과 업계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 Q1: CXL을 사용하면 컴퓨터가 무조건 빨라지나요?
    A: CXL은 직접적인 속도 향상보다는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고 여러 장치가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시스템 전체의 성능 저하(병목 현상)를 막아주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 Q2: 개인이 사용하는 PC에도 CXL이 적용될 수 있나요?
    A: 초기에는 데이터센터와 서버 시장에 집중되겠지만, AMD가 라이젠 CPU에서 CXL 기술을 지원할 계획을 밝히는 등 장기적으로는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나 게이밍 PC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Q3: CXL 관련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CXL 메모리를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CXL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네오셈, 엑시나(XConn), CXL 스위치 관련 기업, 그리고 CXL 테스트 장비 업체 등이 관련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결론: CXL이 열어갈 미래, 그리고 우리의 투자 인사이트

CXL 기술은 AI 시대의 '메모리 벽'을 허물고, 데이터센터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 '파괴적 혁신'입니다. HBM이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제공한다면, CXL은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도시 전체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도 중요한 시그널을 던집니다.

  1.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CXL은 또 다른 거대한 기회입니다. CXL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소부장 생태계의 확장: CXL 기술이 확산되면 단순히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CXL 컨트롤러 팹리스(네오셈 등)CXL 스위치 및 관련 부품 기업테스트 장비 기업 등 새로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이러한 숨은 수혜주를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3.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산업의 변화: CXL 도입은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절감시킬 것입니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관련 AI 솔루션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 CXL 관련 기술 표준화 동향이나 주요 기업의 상용화 뉴스가 나올 때, 이것이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라 미래 데이터 경제의 인프라가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Signal)' 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신호를 먼저 읽는 사람이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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